조부 박병근 전도사 발자취 찾아 나서

“살아간다는 것은 자취를 남기는 일입니다. 그 자취를 저희 후손들에게 전하고 싶

었습니다.”

전주온누리교회 박중기 원로장로가 할아버지 박병근 전도사의 복음의 발자취를 따

라 제주도 순례 여행을 나섰다.

그 복음의 발자취를 모아 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. 그리고 그는 그 단서

를 찾아내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.

박 장로는 “한경교회 70년 사에 두모리교회의 첫 장로 장립과 조직교회의 창립을

기록하고 있다.

1928년도에 모슬포교회가 교회 창립 9년 만에 파송한 할아버지께서 두모리교회 장

로가 됐다고 기록돼 있다”며 “1928년 12월 24일에 담임 이경필 목사님이 회장이며

할아버지께서는 서기로 첫 두모리교회 당회를 열었다.

할아버지께서 12월 23일에 장로 임직을 받았다”라고 밝혔다.

박병근 전도사는 전남노회 소속으로 강진 장흥 영암 일대에서 사역하다 6·25 당시

순교했다.

순교한 고 박병근 전도사의 헌신적 생애를 기리는 기념예배와 제막식이 2004년 5

월 5일 함평 나산교회(임준석 목사)에서 열렸다.

박병근 전도사는 나주지역 최초의 교회인 구소리교회 조사로 활동했던 박문택 씨

의 아들로 1892년 전남 광산에서 태어나, 광주 숭일학교를 나온 후 58세에 순교하기

까지 일평생 전도사로서 교회와 성도들을 섬겼다.

일제시절에는 1931년부터 창평교회를 시작으로 관산교회, 장흥읍교회, 영암읍교

회 등에서 시무했으며, 신흥교회와 장암교회를 개척했다.

그 과정에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1940년 체포돼 3주간 광주형무소에서 옥고를 겪기

도 했다.

그리고 해방 후 이념 대결이 심하던 함평 나산교회로 옮겨 시무하다, 전쟁 발발 직

후 좌익 세력에 붙잡혀 1950년 9월 30일 경 기도하는 모습으로 함평향교 뒷산에서

인민군의 총에 맞아 순교했다.

이 소식을 듣고 찾아갔던 아들 박금규마저 며칠 후 좌익들의 손에 의해 목숨을 잃었

고, 사위 김인봉 강도사(당시 무안 해제교회 시무)도 비슷한 시기에 순교했다.

그러나 순교자 박 전도사의 꿋꿋한 신앙 절개와 목회 열정은 후손들에 의해 지금도

꾸준히 이어지고 있다.

아들 박환규 목사(광주 은석교회 원로) 박남규(광송교회 원로) 목사 뿐 아니라, 손자

박성기 선교사(케냐), 박창기 선교사(캄보디아), 박은기 목사(아름다운 교회) 등이 4

대째 목회와 선교지에서 복음을 위해 일하고 있다.

박 장로는 “강직하고 충성스러운 교역자이셨던 할아버지의 뜻을 잇고자, 가훈을 ‘죽

도록 충성하라’로 정하고 아버지 등 온 가족이 주의 일에 힘써왔다”라며 “시련과 핍

박을 온몸으로 견디신 할아버지의 생애를 기념하는 순교비가 건립돼 감격스럽다”라

고 말했다.

지난 9월 12일에는 영암신흥교회(구자성 목사)에서 순교자 박병근 전도사와 아들

박금규 씨의 72주기를 맞아 추모식을 거행했다. 합동 총회 순교자기념사업부 주관

으로 진행됐다.

이 자리에는 박남규 원로목사(광주샘물교회), 박은기 목사(나주양산교회), 박중기

장로(전주온누리교회), 박동기 집사(광주성은교회) 등 고인들의 유가족 10여 명이 자

리를 함께 하며, 순교자들의 희생을 기렸다.

박 장로는 “순교자이신 할아버지의 후손 중에는 5명의 목사가 배출돼 목회자와 선

교사 등으로 사역 중이다.

할아버지의 순교정신을 담아 책으로 출판을 준비하고 있다. 순교의 발자취를 모아

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한 목적이다”라고 밝혔다.

/임채영 기자