“정성껏 음식 차리고 그리스도 사랑 전해”

예수병원 응급실 앞 횡단보도를 건너 면 골목 입구에 색 바랜 간판 ‘월드컵 식당’이 보인다.

이 식당 골목을 들어 서면 옛날 시골 식당처럼 훈훈한 정감을 느끼며 1970

년대로 시간 이동을 한 것 같은 분위기다.

먼 길을 갔다 오랜 만에 고향에 내려와 단골 식당을 찾은 것처럼 정겹다.

이곳은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다. 1998년부터 이곳 식당을 운영해 온 83 세

의 서정자 권사(배광교회)와 환갑이 넘은 유영애 권사(사랑하는우리교회)

모녀지간에 운영하고 있기 때문일까.

이 일에 어떤 보람이 있느냐는 물음에 서 권사는 망설임 없이 “이 식당이

저의 선교지입니다. 음식을 판다는 것 보다 어떻게 하면 하나님 말씀을 더

먹여 드릴까 생각합니다”라고 했다.

이 식당 냉장고 문 앞에는 식사를 하고 나갈 때 눈에 띄기 좋게 성경 말씀

을 붙여놓았다.

그리고 항상 밝고 변 함없는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한다.

모녀는 주방에서 큰 솥과 냄비에 언제나 푸짐하게 음식을 만든다.

시골에 서 농사짓는 채소로 만든 반찬들이어서 먹어보면 감칠맛이 나고 옛

날 집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다.

더욱 놀라운 것은 그런 푸짐한 한 상 차림이 단돈 6,000원이다.

요즘같이 물가가 많이 올랐지만 이곳은 값을 올릴 생각을 않는다.

그저 밥상을 차리는 손길에 사랑이 가득하다. 왜 그렇게 싸게 받느냐고

물어보았다.

“저희 돈도 물론 중요하지만 손님의 돈도 중요하거든요. 1,000원이나

1,500원 그거 더 받는다고 하는데, 그것이 또 어떤 사람한테는 차비가 될

수 있어서요. 쉽게 못 올리겠어요.”라고 했다.

이날 차려진 상에는 한가득 머슴밥처럼 가득 눌러서 공기밥을 주고 고추

말림, 무 생채, 김장 김치, 멸치, 마늘종, 마늘장, 열무김치. 볶음김치에 조기

까지 나왔다. 누룽지로 식사를 마치고 요구르트로 마지막 입가심을 한다.

이곳의 식사 시간은 허기진 배만 채워 주는 곳이 아니라 행복한 만남의 시

간이다.

5대째 신앙생활을 이어 온 권사님은 할아버지가 선교사님들과 선교를 다

니셨다고 하며 서문교회 주일학교를 다녔다고 한다.

아침에 식당에 오면 음식을 하기 전 제일 먼저 마루에 올라가 기도로 하루

를 시작한다.

나라를 위해, 대통령을 위해, 교회를 위해, 목사님을 위해, 가족을 위해, 이

곳에 오는 손님을 위해 날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로 시작하며 음식선교

를 하고 있다.

식사를 다 챙겨주고 굽은 허리로 잠시 마루에 걸터 앉아 정치, 경제 세상

돌아가는 얘기를 나누고 믿음생활에 대해서도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

식당이 이내 사랑방이 된다.

이 식당이 오래된 만큼 단골이 많다. 예수병원 인근이다보니 어려서부터

온 사람들이 예수병원 인턴이 되고 과장이 돼 오기도 한다.

특히 예수병원 김철승, 신충식 원장도 오랜 이 식당의 단골이라고 귀뜸한

다.

모녀가 매일 같이 있으면서 티격태격 할 때도 있지만 유영애 권사는 날마

다 어머니가 기도해 주셔서 든든하단다.

두 권사는 교회에서 유초등부 교사로 45년 동안 봉사했다.

찬양 ‘하나님의 은혜로’를 자주 부르고 빌립보서 4장 13절 “내게 능력 주시

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.”를 자주 묵상한다고 했다.

/오정식 기자